겉모습에 속지 마!

겉모습에 속지 마!

10년전쯤인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 경기도 포천에 있는 대한수도원이라는 기도원에 몇일 간 적 있었습니다. 믿음이 좋아 기도하러 간 건 아니고 그곳이 산과 계곡을 끼고 있어서 경치가 진짜 좋은데다가 기도원이라 싼값에, 좀 더 철면피를 깔면 무료로 밥까지 얻어먹고 있다 올 수도 있어서 간 거였죠.

그러니 독방까지 기대할 처지는 아닌지라 여러 명이 같이 쓰는 방을 배정받았는데 저보다 몇 살 위인 남자분 한 분과 몇 살 아래인 청년 한 명 이렇게 두 명만 들어오셔서, 머무는 동안 셋이 즐겁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여의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헤어지기 아쉬웠는지 마지막날 저녁에 동생이 저와 형님 앞에 책을 세권 꺼내 놓더니 선물로 드리고 싶으니 한 권씩 골라보라고 하는 거예요.

두 권은 새 책이고 표지만 봐도 거창한 제목에 저자도 이름을 알 만한 분들이 쓴 책이었고 다른 한 권은 밤색에 조금 낡고 표지도 없어서 무슨 내용인지 전혀 알 수가 없더라구요.

너무 당연하게도 유명한 사람이 썼고 내용도 좋을 것 같은, 제목이 있는 두 권중 하나를 집으려고 손을 뻗는데 갑자기 제 안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겉모습에 현혹되지 마.’

순간 움찔하고 손을 멈췄다가 내키지는 않았지만 목소리를 따라 보기로 하고 낡고 표지도 없는 책을 집었지요. 그걸 보고 동생이 “형, 좋은 책을 집으셨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인데 많이 읽어서 표지가 없어졌거든요.” 하더라구요.

결론적으로 그 선택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고 그 책은 제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만들어 준 몇 권의 책들 중 하나가 될 만큼 영혼을 울리고 가슴에 깊이 새겨질 책이었지요.

예전에도 비슷한 꿈을 꾼 적이 있어요.

두 그루의 꽃나무가 있는데 둘 다 키와 모양이 비슷한 같은 종류 꽃나무였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한 그루는 꽃이 정말 아름답고 싱싱하게 폈는데 이상하리만치 뿌리가 연약해 보였고 다른 한 그루는 꽃은 그만 못하고 겉보기에 별로 선택하고 싶지 않아 보였지만 뿌리만큼은 아주 튼튼하고 멀리 뻗어 나가서 단단하게 땅에 박혀 있었죠.

그때도 마찬가지로 음성이 들리기를, “겉모습에 속지마라.”

몇번의 이 경험은 이후로 제 삶에서 겉에 보이는 모습보다는 언제나 그 내면의 것, 드러나지는 않지만 ‘진짜이고 진실되고 순수하고 근본적인 것’들을 먼저 생각하고 바라보는 눈을 열어주었고 쉽지는 않지만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었지요.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겉모습만을 보고 판단하고 선택하고 정죄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나요?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눈이 열린다면 우리의 삶이 좀 더 윤택하고 아름다워지지 않을런지요.

Add Comment